김종길 시 모음 * 소 - 김종길 네 커다란 검은 눈에는 슬픈 하늘이 비치고 그 하늘 속에 내가 있고나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때로 지그시 눈을 감는 버릇을 너와 더불어 오래 익히었고나 * * 여울 여울을 건넌다. 풀잎에 아침이 켜드는 개학날 오르막길, 여울물 한 번 몸에 닿아보지도 못한.. 시인 詩 모음 2010.08.20
이동주 시 모음 * 西歸浦 - 이동주 못 믿으리...... 隆冬 벚꽃의 달밤보다 밝다니 귀가 얼어 오던 길이 한 발은 눈보라요 한발은 꽃 그늘 낭기마다 물 먹어 부풀고 새소리 銀방울을 찼다 눈 구덕에 蜜柑이 익고 동백꽃 내내 참나무 숯불일세 마소를 굴레 없이 자랑자랑 밖으로 몰면 짐승도 수말스러 애먹지 .. 시인 詩 모음 2010.08.20
김경미 시 모음 * 비망록 - 김경미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 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네 해.. 시인 詩 모음 2010.08.20
전동균 시 모음 * 삼천사에 가면 - 전동균 부처를 모신 대웅전에 가지 않는다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석탑을 보지 않는다 영험 많은 산신각 문고리도 잡지 않는다 삼천사에 가면 나는 슬픔을 품듯 허공을 안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풍경 소리 경문(經文)처럼 마음에 새기며 대웅전 지나 산신각 지나 .. 시인 詩 모음 2010.08.18
허형만 시 모음 * 눈 먼 사랑 - 허형만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룬 동굴이 있습니다 그 동굴에는 눈이 먼 사랑이 살고 그리움이 살고 아픔도 살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눈 먼 사랑을 잡아먹고 아픔은 그리움을 잡아먹고 삽니다 눈 먼 사랑이여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 떨어질 때마다 그 파동으.. 시인 詩 모음 2010.08.13
노향림 시 모음 * 안면도 - 노향림 이 여름 배낭 하나 메고 나서면 출가하듯이 몸 가벼워지네 한 끼쯤 거르고 차창에 기대다가 버스가 급커브를 돌 때마다 누군가의 어깨에 마구 휩쓸려도 좋네 해미산 능선을 넘고또 넘으면 슬금슬금 나타나는 팻말에 고남(古南)땅 그 눈썰미엔 논배미 몇이 기어가고 그 .. 시인 詩 모음 2010.08.11
신현정 시 모음 * 적소(謫所) - 신현정 나, 세한도(歲寒圖) 속으로 들어갔지 뭡니까 들어가서는 하늘 한복판에다 손 훠이훠이 저어 거기 점 찍혀 있는 갈필(渴筆)의 기러기들 날아가게 하고 그리고는 그리고는 눈 와서 지붕 낮은 거 더 낮아진 저 먹 같은 집 바라보다가 바라보다가 아, 그만 품에 품고 간 .. 시인 詩 모음 2010.08.10
허만하 시 모음 * 바다의 성분 - 허만하 최초의 인간이 흘렸던 한 방울 눈물 안에 모든 시대의 슬픔이 녹아 있듯 바다에는 소금이 녹아 있다. 뺨을 흘러내리는 최초의 한 방울이 머금고 있었던 가장 순결한 푸름. 바람이 불타는 누런 보리밭에서 낫질하는 사람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방울 안에 바다가 있다.. 시인 詩 모음 2010.08.10
배한봉 시 모음 * 자연도서관 - 배한봉 부들과 창포가 뙤약볕 아래서 목하 독서중이다, 바람 불 때마다 책장 넘기는 소리 들리고 더러는 시집을 읽는지 목소리가 창랑(滄浪) 같다 물방개나 소금쟁이가 철없이 장난 걸어올 때에도 어깨 몇 번 출렁거려 다 받아주는 싱싱한 오후, 멀리 갯버들도 목하 독서중.. 시인 詩 모음 2010.08.09
짧은 시 모음 3 * 민들레 - 이응인 맑은 날 초록 둑길에 뉘 집 아이 놀러 나와 노란 발자국 콕 콕 콕 찍었을까 * *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 * 꽃시간 - 정현종 시간의 물결을 보아라 .. 시인 詩 모음 2010.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