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시 모음 *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 시인 詩 모음 2010.11.04
11월 시 모음 * 11월 - 문인수 11월, 이 빈 당간지주에 뭘 걸치고 싶다. 단풍 붉게 꿈틀거리며 바람 넘어가는 저 산능선 다리 벌리고 서서 오래 바라본다. 저걸 걷어 길게 걸쳐 입고 싶다. 파장에 홀로 남아 거나하게 한잔 아, 탈진한 生의 거대한 춤, 저녁노을에다 섞어 훨훨 몸 넘고 싶다 * 11월 - 김은숙 .. 시인 詩 모음 2010.11.04
박형진 시 모음 * 입춘단상 - 박형진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 추녀 물을 세어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 봄이 잦아들었다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마음산책 * 사랑 풀여치.. 시인 詩 모음 2010.10.20
우대식 시 모음 * 나무늘보처럼 - 우대식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먹겠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눈뜨고 눈 감겠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사랑하고 사랑을 버리겠다 나무늘보처럼 세월을 둥글둥글 말아가겠다 나무늘보처럼 나무 위에서 풍찬노숙의 생을 보내겠다 깊은 밤 새소리 들리면 천천히 하늘 향해 노.. 시인 詩 모음 2010.10.18
음식 시 모음 2 * 가을전어 - 김창근 한 접시 바다의 뼈를 발라 식탁 위에 눕혀 놓고는 소주 한 잔에 떠올리는 비린 추억의 가을 세월처럼 덩달아 가버린 날이 가지런히 누워 물결 포개면 밀려오는 갯가 일렁이는 파도소리 가을은 그렇게 남아 쓸쓸한 그늘 삽상한 손맛 함께 입맛 다시며 살아 있는 날들의.. 시인 詩 모음 2010.10.15
젊은 시 모음 2 * 시월에 - 양성우 이 산골짜기에 가을이 오게 하는 이는 누구인가 어느 한나절에 문득 찬바람이 불어오니 여기저기 계곡 물 흐르는 소리들도 잦아든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속절없이 왔다가 가는 것은 사람의 시간이다 살 속에 가시처럼 파고드는 여러 회한이여 길은 묻히고 아무도 없.. 시인 詩 모음 2010.10.15
그리운 날 - 최하림 * 그리운 날 - 최하림 이렇게 연민들이 사무치게 번쩍이는 날은 우리 강으로 가, 강 볼까, 강 보며 웃을까 * * 가을, 그리고 겨울 깊은 가을길로 걸어갔다 피아노 소리 뒤엉킨 예술학교 교정에는 희미한 빛이 남아 있고 언덕과 집들 어둠에 덮여 이상하게 안개비 뿌렸다 모든 것이 희미하고 .. 시인 詩 모음 2010.10.15
가을 시 모음 3 * 가을 - 강은교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바람 불던 날 살짝 가 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 시인 詩 모음 2010.10.11
조정권 시 모음 * 약리도(躍鯉圖) - 조정권 물고기야 뛰어올라라 최초의 감동을 나는 붙잡겠다 물고기야 힘껏 뛰어올라라 풀바닥 위에다가 나는 너를 메다치겠다 폭포 줄기 끌어내려 네 눈알을 매우 치겠다 매우 치겠다 * * 좋은 공부 너무 서둘러 와 섬진강 매화마을 매화 못 보고 간다. 허탕 치는 일도 .. 시인 詩 모음 2010.10.11
이종문 시 모음 * 고등어 색시에게 - 이종문 살얼음 끼어 있는 어물전 좌판 구석 새 신랑 고등어가 새 색시 고등어를 뒤로 꼭, 껴안고 누웠다 춥제, 그자 춥제 그자 저그 신랑 품에서도 옛 애인 생각하는 색시야 이제 그만 뒤로 벌떡 돌아누워 뜨겁게 너그 신랑을 꼭 껴안아 주지 그래 * * 입동(立冬) 녹슨 .. 시인 詩 모음 201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