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시 모음 * 지리산 - 이성부 가까이 갈수록 자꾸 내빼버리는 산이어서 아예 서울 변두리 내 방과 내 마음 속 깊은 고향에 지리산을 옮겨다 모셔 놓았다 날마다 오르내리고 밤마다 취해서 꿈속에서도 눈구덩이에 묻혀 허위적거림이여 * * 지리산 - 김지하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 시인 詩 모음 2011.03.10
봄 시 모음 2 * 2월 - 안도현 진눈깨비 속에서 졸업식이다 붉고 큰 꽃다발 가슴으로 슬프고 기쁜 기념사진을 찍는다 식구들과 한판 벗들과도 한판 그리고 독사진도 한판 발등에서 머리끝까지 밀가루 하얗게 뒤집어쓰고 눈발처럼 키득거리는 놈도 있다 평소에 밥먹듯이 매 맞던 녀석이다 그래도 장차 .. 시인 詩 모음 2011.02.22
김지하 시 모음 * 솔잎 - 김지하 엄동에도 솔잎은 얼지 않고 나무들은 뿌리만으로 겨울을 견딘다 모두 오염되고 파괴되었어도 생명은 얼지 않고 뿌리에서 오는 힘으로 넉넉히 새봄을 준비한다 * * 김지하시집[花開]-실천문학사 * 동짓날 첫봄 잉태하는 동짓날 자시 거칠게 흩어지는 육신 속에서 샘물 소리.. 시인 詩 모음 2011.02.18
매화 시 모음 2 * 매화 - 김치선 은하수 별빛처럼 하얗게 열린 순간들 오늘토록 살아있어 아름답게 반짝이는 날들 들꽃처럼 들새처럼 오늘을 살리 오지 않은 내일일랑 걱정하지 않으리 * * 매화 찬(讚) - 복효근 가령 이렇게 섬진강 푸른 물이 꿈틀대고 흐르고 또 철길이 강을 따라 아득히 사라지고 바.. 시인 詩 모음 2011.02.18
이향아 시 모음 * 세상의 후미진 곳에서 - 이향아 이 세상의 후미진 곳에서 나를 아직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나 보다 용서할 수 없음에 뜬눈의 밤이 길고 나처럼 일어나서 불을 켜는 사람이 있나 보다 즐펀히 젖어 있는 창문께로 가서 목늘여 달빛을 들여마시면 태기처럼 퍼지는 가까운 기별 나를 용.. 시인 詩 모음 2011.02.07
기도(祈禱) 시 모음 * 기도(祈禱) - 김상용 님의 품 그리워 뻗으셨던 경건(敬虔)의 손길 거두어 가슴에 얹으심은 거룩히 잠그신 눈이 모습을 보신 때문입니다 * * 기도 - 최창균 나는 무릎 꿇지 않네 무릎 시려오고 무릎 쑤셔오는 내 삶에게나 꿇으면 꿇지 나는 아무에게나 무릎 꿇지 않네 그러나 어찌하여 오늘.. 시인 詩 모음 2011.02.01
정일근 시 모음 2 * 은현리 홀아비바람꽃 - 정일근 산다는 것은 버리는 일이다 내 심장 꺼내고 그 자리에 채워 넣었던 첫사랑 했으나, 그해 가을 진해 바다로 투신하고 싶었던 어린나이에 감당할 수 없었던 심장의 통증까지 추억에서 꺼내 내버린 지 오래다 詩에 목숨 걸었으나, 당선을 알려주던 노란 전보 .. 시인 詩 모음 2011.01.31
할머니의 유모차 * 한평생 -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 시인 詩 모음 2011.01.25
사투리 시 모음 2 * 희말라야시다 구함 - 윤진화 봉제공장 박 사장이 팔십만원 떼먹고 도망을 안 가부렀냐 축 늘어진 나무 맹키로 가로수 지나다 이걸 안 봤냐. 히밀라야믄 외국이닝께 돈도 솔차니 더 줄 것이다, 안 그냐. 여그 봐라 아야 여그 봐야, 시방 가로수 잎사구에 히말라야 시다 구함이라고 써 잉냐 니는 여즉도 .. 시인 詩 모음 2011.01.25
이면우 시 모음 *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 시인 詩 모음 201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