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시 모음 * 장미 - 모윤숙 이마음 한편 호젓한 그늘에 장미가 핀다. 밤은 어둡지 않고 별은 멀지 않다 장미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숲없는 벌 하늘 티지 않은 길 바람 오지 않는 동산 장미는 검은 강가에 서있다. 너의 뿌리는 내생명에 의지 하였으매 내눈이 감기기전 너는 길이 못가리 너는 내안에.. 시인 詩 모음 2011.06.01
나무 시 모음 * 나무 - 박목월 유성(儒城)에서 조치원(鳥致院)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修道僧)일까. 묵중(默重)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은 조치원(鳥致院)에서 공주(公州)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於口)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시인 詩 모음 2011.05.25
박정대 시 모음 * 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 - 박정대 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 그대가 없어도 혼자 담배 피우는 밤은 오네 보르헤스의 책을 펼쳐놓고 [꿈의 호랑이들]을 읽는 밤은 오네 밤이 와서 뭘 어쩌겠다는 것도 아닌데 깊은 밤 속에서 촛불로 작은 동굴을 하나 파고 아무도 읽지 않을 시를 쓰는.. 시인 詩 모음 2011.05.16
절 시 모음 * 부처님 - 조병화 부처님, 제가 부처님께 하는 치성이 부처님 마음엔 차지 않으실는지는 모르나 저는 온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을 치성껏 섬기고 있습니다 부처님, 그래도 더욱더 네 마음의 치성을 보여라! 하실는지는 모르나 저는 더 이상은 부처님께 보여 드릴 제 마음의 치성이 없습니.. 시인 詩 모음 2011.05.10
상사화 시 모음 * 상사화(相思花) - 구재기(丘在期) 내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지나는 바람과 마주하여 나뭇잎 하나 흔들리고 네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내 가슴 온통 흔들리어 네 또한 흔들리리라는 착각에 오늘도 나는 너를 생각할 뿐 정말로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속의 날 지우는 것이.. 시인 詩 모음 2011.05.06
감나무 시 모음 * 감꽃 - 도종환 하늬바람에 감꽃이 노랗게 집니다 떨어진 감꽃을 모아 아이와 소꼽놀이를 합니다 감잎으로 부채를 부치며 아이는 좋아라 합니다 감꼭지도 주위와 돌 위에 쌓으며 하나에서 열까지 세어봅니다 가끔씩 바람이 몰려가다 감잎에 걸리면 머리 위에서 왁자지껄 감잎이 떠들고 .. 시인 詩 모음 2011.05.04
홍신선 시 모음 * 겨울 - 홍신선 언덕 너머 개울에서 헤어지는구나 겨울이여 그 동안 이 촌락에 와서 한가한 적막이 되어 그 큰 덩치로 떠 있던 겨울이여 떠서는 잡념도 내게 보내주고 잡소리도 세상에서 움켜다가 저 산곡에 쥐어주더니 오늘은 떠나는가 한동안의 정의(情誼)도 다 작파하고 개울에 와서 .. 시인 詩 모음 2011.04.30
5월 시 모음 * 5월 아침 - 김영랑 비 개인 5월(五月)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지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 시인 詩 모음 2011.04.30
벚꽃 시 모음 * 벚꽃 - 오세영 죽음은 다시 죽을 수 없음으로 영원하다. 이 지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영원을 위해 스스로 독배(毒杯)를 드는 연인들의 마지막 입맞춤같이 벚꽃은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종말을 거부하는 죽음의 의식(儀式). 정사(情死)의 미학. * * 꽃시.. 시인 詩 모음 2011.04.29
술 시 모음 2 * 술 한잔 -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 * 정호승시.. 시인 詩 모음 201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