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에서의 편지 - 신용목 * 실상사에서의 편지 - 신용목 감기에 종일을 누웠던 일요일 그대에게 가고 싶은 발걸음 돌려 실상사를 찾았습니다 자정의 실상사는 겨울이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천 년을 석등으로 선 石工의 살내음 위로 별빛만 속없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상처도 없이 낙엽은 섬돌에 걸려 넘어지고 .. 좋아하는 詩 2019.03.05
그리움 시 모음 2 * 그리움 -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 그리움 - 나태주 때로 내 눈에서도 소금물이 나온다 이마도 내 눈 속에는 바다가 한 채씩 살고 있나 보오. * * 그리움 - 이시영 두고 온 것들이 빛나는 때가.. 시인 詩 모음 2019.02.26
나무 시 모음 2 * 나무 - 최창균 겨우내 침묵으로 서 있던 나무들이 이른봄 일제히 입을 열기 시작한다 나무기둥의 색깔과 아주 다른 저 연녹색의 가느다란 우듬지를 보면 나무가 혀를 쑤욱 빼어문 듯 보인다 나무의 온 생각을 집중시켜놓은 듯 쉴새없이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허공을 길게 핥아나간다 그.. 시인 詩 모음 2019.01.30
1월 시 모음 * 신춘 - 이문구 1월의 딴 이름은 신춘(新春)이야. 소한 추위 대한 추위 다 들어 있는 엄동 설한 겨울도 한복판이지만 땅바닥의 작은 질경이 씨 하나 더 작은 채송화 씨 하나도 얼어 죽지 않았잖아. 새봄이 눈보라 속에 숨어 오기 때문이고 그래서 신춘이라 부르는 거야. * * 이문구시집[산에.. 시인 詩 모음 2019.01.29
그래서 - 김소연 * 그래서 - 김소연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 좋아하는 詩 2019.01.29
죄 시 모음 * 웃은 罪 -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한모금 달래기에 샘물 떠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平壤城에 해 안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罪밖에 * * 죄 - 김용택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무겁고 깨질 것 같은 그 독을 들고 아둥바둥 세상을 살았으니 산 죄 크다 내 독 .. 시인 詩 모음 2019.01.15
첫키스 - 한용운 * 첫키스 - 한용운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뜨거운 사랑에 웃으면서 차디찬 잔 부끄럼에 울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 좋아하는 詩 2019.01.07
아침 시 모음 * 아침 - 문태준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출렁.. 시인 詩 모음 201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