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그 숲의 끝에 서서 - 정복여 * 광화문, 그 숲의 끝에 서서 - 정복여 지난해 당신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속 눈 덮인 상수리 나무숲, 그 숲을 걸어들어간 나는 발자국마다 다시 내려덮이는 눈을 뒤돌아보며 어딘가에 숲이 끝나는 길을 찾고 있었다 눈 위에 다시 눈이 쌓이고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가지들은 마른 뼈.. 좋아하는 詩 2018.12.22
친구 시 모음 * 첫 친구에게 - 이해인 네가 늘 내 곁에 있음을 잠시라도 잊고 있으면 너는 서운하지? 친구야 기쁠 때보다 슬플 때 건강할 때보다 아플 때 네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게 나는 좀 미안하다, 친구야 아무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아서 좋은 친구야 네 앞에서 나.. 시인 詩 모음 2018.12.17
도깨비 감투 - 이갑수 * 도깨비 감투 - 이갑수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면 쓴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있다 모든 사람은 제 도깨비 감투를 쓰고서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들 간다 인간들은 모두 사람 감투를 쓰고 있다 이 세상에 사람들만 사는 줄로 알게 된다는 사람 감투를 쓰고서 투명.. 좋아하는 詩 2018.12.07
눈(雪) 시 모음 2 * 흰 눈은 높은 산에 - 이성선 흰 눈은 높은 산에 와서 혼자 오래 머물다 돌아간다 새와 구름이 언제나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 눈 오시는 날 - 서정주 내 연인(戀人)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千年)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 시인 詩 모음 2018.12.01
초겨울 - 도종환 * 초겨울 - 도종환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 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 * 도종환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랜덤하우스 도종환* 2018.12.01
24절기(二十四節氣) 시 모음 * 입춘(立春) - 안도현 바깥에 나갔더니 어라, 물소리가 들린다 얼음장 속 버들치들이 꼭 붙잡고 놓지 않았을 물소리의 길이가 점점 길어진다 허리춤이 헐렁해진 계곡도 되도록 길게 다리를 뻗고 참았던 오줌을 누고 싶을 것이다 물소리를 놓아버린 뒤에도 버들치들은 귀가 따갑다 몸이 .. 좋아하는 詩 2018.11.20
꽃은 향기로 비우고 나비는 춤으로 비운다 - 박두규 * 상강(霜降) - 박두규 여름내 침략을 일삼던 칡이나 환삼덩굴도 잠잠해지고 강물은 스스로 야위어 몸을 낮추더니 어둠의 바닥이 되었다. 서리님 오시려나 보다. 모두가 지극정성 낮은 자세로 한 시절을 맞으니 나도 이제 말도 좀 줄이고 먹는 것도 줄여야겠다. 수심 깊이 외로워져 퀭한 .. 좋아하는 詩 2018.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