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없는 얼굴 - 청화스님 * 아프고 서러운 날들 - 청 화 내 아프고 서러운 날들이 남긴 붉은 고추를 먹고 그 매운 맛에 딸꾹질하며 딸꾹질하며 긁어진 잔뼈는 무엇에도 부러지지 않는 강철이 되어 온갖 구름 헤치고 찾은 나의 하늘 상(傷)한데 없이 잘 받치고 있네. 요만한 하늘을 만나 받치는 요만한 기둥이 되기 .. 좋아하는 詩 2016.12.02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 황동규 * 눈 - 황동규 오 눈이로군 그리고 가만히 다닌 길이로군 입김 뒤에 희고 고요한 아침 잠간 잠간의 고요한 부재 오 눈이로군. 어떤 돌아옴의 언저리 어떤 낮은 하늘의 빛 언저리와 빛을 가진 죽음이 되기 위하여 나는 꿈꾼다, 꿈꾼다, 눈빛 가까이 한 가리운 얼굴을 한 차고 밝은 보행을. * *.. 좋아하는 詩 2015.12.18
안도현 동시 모음 * 호박꽃 - 안도현 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박전 호박전을 못 먹어 * * 배꼽시계 (배) 배가 고프니? (꼬) 꼬르륵꼬르륵 (ㅂ) 밥 먹어야 할 (시) 시간이라고? (계) 계산 하나는 잘하네 * * 소나기 집으로 뛰는 아이들 아이들보다 먼저 .. 동시 2015.07.24
신대철 시 모음 * 새 - 신대철 다른 길로 나가고 싶었습니다 다르게 살아보려구요 말풀 가시연꽃 씨 물가로 떠밀리는 역제 방죽을 한두 바퀴 돌았습니다. 벌서 한두 달이 지나갔군요, 방죽 한 가운데 개 무덤 바라보며 노숙에 헝클린 개털 같은 머리카락 올을 비비고 문질러봅니다, 무심히 서 있는 동안 .. 시인 詩 모음 2011.01.23
우대식 시 모음 * 나무늘보처럼 - 우대식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먹겠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눈뜨고 눈 감겠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사랑하고 사랑을 버리겠다 나무늘보처럼 세월을 둥글둥글 말아가겠다 나무늘보처럼 나무 위에서 풍찬노숙의 생을 보내겠다 깊은 밤 새소리 들리면 천천히 하늘 향해 노.. 시인 詩 모음 2010.10.18
차창룡 시 모음 * 내소사, 선운사, 동불암 똘감 - 차창룡 내가 확인한 바로는 내소사, 선운사, 동불암 스님들은 먹고살 만하다 그 먹음직한 똘감을 하나도 먹지 않고 놔두다니 그곳 스님들은 배가 충분히 부르거나 대단히 게으르다 왜 저 맛있는 똘감을 따지 않죠? 저건 새들의 밥이에요 스님들은 둘러대.. 시인 詩 모음 2010.04.29
매미 - 고영조 * 매미 - 고영조 굴암산 늙은 떡갈나무 몸뚱이에 배를 붙이고 노래하는 매미들 여름은 얼마나 즐거우냐고 세상의 청맹과니들이여 제 몸의 노예들이여 이 노래 들어보라고 아랫배에 힘주고 운다 지나가던 산들바람 그 노래 더 멀리 울려 퍼지라고 세상의 노예들이여 모두 모두 노래하고 .. 좋아하는 詩 2009.05.17
김소월 시 모음 *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 꿈 닭 개 짐.. 시인 詩 모음 2009.04.22
김종해 시 모음 * 항해일지 28 -한려수도 물길에 사량도가 있더라 - 김종해 사량도 눈썹 밑에 노오란 평지꽃이 눈물처럼 맺힌 봄날 나도 섬 하나로 떠서 외로운 물새 같은 것이나 품어주고 있어라 부산에서 삼천포 물길을 타고 봄날 한려수도 물길을 가며 사랑하는 이여 저간의 내 섬 안에 쌓였던 슬픔을 .. 시인 詩 모음 2009.04.09
세밑에 오는 눈 - 신경림 * 세밑에 오는 눈 - 신경림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등과 가슴에 묻은 얼룩을 지우면서 세상의 온갓 부끄러운 짓, 너저분한 곳을 덮으면서 깨어진 것, 금간 것을 쓰다듬으면서 파인 길, 골진 마당을 메우면서 밝은 날 온 세상을 비칠 햇살 더 하얗게 빛나지 않으면 어쩌나 더 멀리 퍼지지 않으.. 좋아하는 詩 2008.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