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예요 - 김용택 * 그러면 - 김용택 바람 부는 나무 아래 서서 오래오래 나무를 올려다봅니다. 반짝이는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그러면, 당신은 언제나 오나요? * * 별일 양말도 벗었나요. 고운 흙을 양손에 쥐었네요. 등은 따순가요. 햇살 좀 보세요. 거참, 별일도 다 있죠. 세상에, 산수유 꽃가지가 길에까.. 김용택* 2015.10.05
가슴에 묻은 김치 국물 - 손택수 * 가슴에 묻은 김치 국물 - 손택수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치 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치 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 보면 김치 국물이 .. 좋아하는 詩 2014.06.28
김지하 시 모음 * 솔잎 - 김지하 엄동에도 솔잎은 얼지 않고 나무들은 뿌리만으로 겨울을 견딘다 모두 오염되고 파괴되었어도 생명은 얼지 않고 뿌리에서 오는 힘으로 넉넉히 새봄을 준비한다 * * 김지하시집[花開]-실천문학사 * 동짓날 첫봄 잉태하는 동짓날 자시 거칠게 흩어지는 육신 속에서 샘물 소리.. 시인 詩 모음 2011.02.18
신대철 시 모음 * 새 - 신대철 다른 길로 나가고 싶었습니다 다르게 살아보려구요 말풀 가시연꽃 씨 물가로 떠밀리는 역제 방죽을 한두 바퀴 돌았습니다. 벌서 한두 달이 지나갔군요, 방죽 한 가운데 개 무덤 바라보며 노숙에 헝클린 개털 같은 머리카락 올을 비비고 문질러봅니다, 무심히 서 있는 동안 .. 시인 詩 모음 2011.01.23
우울한 샹송 - 이수익 *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 좋아하는 詩 2010.07.20
김종삼 시 모음 * 묵화(墨畵) -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 김종삼시집[북치는 소년]-민음사,1979 * 새 또 언제 올지 모르는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새 한 마리가 가까이 와 지저귀고 있다 이 세상에선 들을 수 없.. 시인 詩 모음 2009.12.02
이성선 시 모음 * 문답법을 버리다 - 이성선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 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 여름비 대낮에 등때기를 후려치는 죽비소리 후두둑 문밖에 달려가는 여름 빗줄기 * 고요하다 나뭇잎을 갉아먹던.. 시인 詩 모음 2009.10.07
새 - 천상병 *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 좋아하는 詩 2008.12.24
새 - 천상병 * 새 - 천상병 가지에서 가지로 나무에서 나무로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 아니 저승에서 이승으로 새들은 즐거이 날아 오른다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대자대비(大慈大悲)처럼 가지 끝에서 하늘 끝에서...... 저것 보아라 오늘 따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 간다 좋아하는 詩 2008.12.24
천은사에서 - 권오표 * 천은사(泉隱寺)에서 - 권오표 다 두고 오게 그저 빈 손으로만 오게 천왕봉 골짜기를 타고 와 겨드랑 밑 잠든 상채기를 할퀴는 바람도 섬짐강 물줄기를 오르는 은어떼 투명한 몸둥이에 머무는 저리 눈부신 한 웅큼 햇살마저도 다 두고 가게 그저 빈손으로만 가게 경인년이던가 시린 하늘 .. 좋아하는 詩 2008.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