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 김용택 * 그리움 - 김용택 눈을 감으면 당신이 따라 들어와요. 그 산, 그 물, 그 꽃, 그 나무,​ 그 새, 그 노래들, 그 바람까지도 그리워요. * * 살구꽃 누님은 하루 종일 고개 들지 않았습니다. 큰 집 돌담에 기대선 아름드리 살구나무 살구꽃이 한 잎 두 잎 바람에 날려 푸른 이끼 돋는 돌담 위에.. 김용택* 2014.07.10
어디에다 고개를 숙일까 - 김용택 * 어디에다 고개를 숙일까 - 김용택 어디에다 고개를 숙일까 아침 이슬 털며 논길을 걸어오는 농부에게 언 땅을 뚫고 돋아나는 쇠뜨기풀에게 얼음 속에 박힌 지구의 눈 같은 개구리 알에게 길어나는 올챙이 다리에게 날마다 그 자리로 넘어가는 해와 뜨는 달과 별에게 그리고 캄캄한 밤에.. 김용택* 2013.10.04
이 하찮은 가치 - 김용택 * 이 하찮은 가치 - 김용택 11월이다. 텅 빈 들 끝, 산 아래 작은 마을이 있다. 어둠이 온다. 몇개의 마을을 지나는 동안 지나온 마을보다 다음에 만난 마을이 더 어둡다. 그리고 불빛이 살아나면 눈물이 고이는 산을 본다. 어머니가 있을 테니까. 아버지도 있고. 소들이 외양간에서 마를풀로.. 김용택* 2013.05.20
섬진강 33 - 김용택 * 섬진강 33 - 김용택 시 쓰는 문재란 놈이 웬일로 새벽 세시 여수행 열차에서 전화한다. 형, 똥 쌌어? 굵어? 똥은 굵어야 돼. 내 똥은 가늘어. 암 걸렸나봐. 똥이 중요하지. 방구는 섬진강 물속 붕어가 깜짝 놀라 땅으로 튀어오르게 크게 뀌고. 알았지? 하고, 일방적으로 흐르는 새벽 강물처.. 김용택* 2013.05.20
섬진강 32 - 김용택 * 섬진강 32 - 김용택 문득 잠에서 깼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은 어머니 생각으로 정신이 번쩍 든다. 어머니의 뒷말을 찾던 아내는 옆에 잠들어 있다. 기운 달빛은 마을을 빠져나가고 열린 문틈으로 들어오는 소슬바람 결을 따라 풀벌레 울음소리가 끊긴다. 문득 생이 캄캄하다. 별빛 하나.. 김용택* 2013.05.20
섬진강 31 - 김용택 * 섬진강 31 - 김용택 봄볕에 마르지 않을 슬픔도 있다. 노란 잔디 위 저 타는 봄볕, 무섭다. 그리워서 몇 굽이로 휘어진 길 끝에 있는 외딴집 방에 들지 못한 햇살이 마루 끝을 태운다. 집이 비니, 마당 끝에 머문 길이 끝없이 슬프구나. 쓰러져 깨진 장독 사이에 연보라색으로 제비꽃이 핀.. 김용택* 2013.05.20
섬진강 30 - 1970 - 김용택 * 섬진강 30 - 1970 - 김용택 공장 담벼락 응달 밑 눈이 다 녹았다. 동무들이 새로 불어났다. 양지쪽 시멘트 벽에 기대서서 해바라기를 한다. 자기 동네 누가 새로 서울로 올라왔다고도 하고 고향 마을 돌담이 헐리고 초가지붕이 뜯긴단다. 좁은 빈터에서 동무들이 배구를 한다. 갈라진 시멘.. 김용택* 2013.05.20
오늘도 - 김용택 * 오늘도 - 김용택 오늘도 당신 생각했습니다 문득문득 목소리도 듣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어요 언제나 그대에게 가는 내 마음은 빛보다 더 빨라서 나는 잡지 못합니다 내 인생의 여정에 다홍꽃 향기를 열게 해 주신 당신 내 마음의 문을 다 여닫을 수 있어도 당신에게 열린 환한 문을 .. 김용택* 2012.07.06
우화등선(羽化登仙) - 김용택 * 우화등선(羽化登仙) - 김용택 형, 나 지금 산벚꽂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 버릴 년 어디 없을까. * *.. 김용택* 2012.04.19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 김용택*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