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눈 - 김용택 * 지렁이 눈 - 김용택 본래 가재는 눈이 없었답니다. 어느 날 가재와 지렁이가 놀다가 지렁이가 가재에게 눈 자랑을 했습니다. 가재는 지렁이에게 그러면 나도 눈을 한번 달아 보자고 졸랐습니다. 지렁이는 그러면 한 번만 달아 보고 얼른 돌려달라고 눈을 빼 주었답니다. 가재가 .. 김용택* 2011.06.28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오월의 숲에 갔었네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숲속을 찾아드는 햇살은 아기 단풍잎에 떨어져 빛나고 새들은 이 나무 저 가지로 날며 울었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천천히 흔들리고 우리도 따라 나무처럼 흔들리며 마음이 스치곤 했네 아주 작은 .. 김용택* 2011.05.03
푸른 나무 1~10 - 김용택 * 푸른 나무 - 김용택 나도 너 같은 봄을 갖고 싶다 어둔 땅으로 뿌리를 뻗어내리며 어둔 하늘로는 하늘 깊이 별을 부른다 너는 나도 너의 새 이파리 같은 시를 쓰고 싶다 큰 몸과 수 많은 가지와 이파리들이 세상의 어느 곳으로도 다 뻗어가 너를 이루며 완성되는 찬란하고 눈부신 봄 나도.. 김용택* 2011.04.13
나는 집으로 간다 - 김용택 * 나는 집으로 간다 - 김용택 나는 집으로 간다 집을 향하기 전에 2학년 1반 교실 유리창을 다 닫고 그 너머로 강변 마른 풀밭 풀잎 위에 남은 햇살들을 본다. 앞산 마을 뒤에 파랗게 남은 배추밭에 배추, 배추밭가에 한무더기 밤나무 숲에 지금 단풍이 한창이다. 마른 밤나무 잎에 불이 붙.. 김용택* 2011.04.07
세한도 - 김용택 * 세한도 - 김용택 방학이어서 시골집에 혼자 와서 혼자 뒹글뒹글 논다. 아침밥 먹고 조금 있으면 점심밥 먹고 조금 있으면 저 녁밥 먹는다. 날이 조금 훤해지면 서리가 하얗게 깔린 아침 강변 길을 존나게 달려도 본다. 발길에 채여 바삭 바삭 구부러지는 언 지푸라기들 소리, 서리가 발등.. 김용택* 2011.03.22
산 - 김용택 * 산 - 김용택 하루 해가 떠서 다 지도록 천번 만번이나 당신을 떠났어도 도로 그 자리 나는 하루종일 당신 곁에 꼼짝없이 서 있었습니다 * * 산도 물도 당신 앞에 서면 산도 물도 꽃도 지워집니다 * 산 하나 저 고운 단풍 보고 있으면 그냥 당신이 그립고 좋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이 삶의 .. 김용택* 2010.07.28
달콤한 사랑 - 김용택 * 달콤한 사랑 - 김용택 한 여자가 사랑을 보내오는 그 눈부신 얼굴을 사랑하라 그 찰나에 눈멀어라 세상이 반짝 깨지는 주위 환한 말을 사랑하라 소낙비가 내리는 숲속의 그 온갖 수런거림을 그 숲에서 태어나는 수천 수만의 말들을 사랑하라 그 여자를 사랑하라. 그 여자의 솜털 하나, .. 김용택* 2010.06.01
봄비 - 김용택 * 봄비 1 - 김용택 바람이 붑니다 가는 빗줄기들이 옥색 실처럼 날려오고 나무들이 춤을 춥니다 그대에게 갈까요 말까요 내 맘은 절반이지만 날아 온 가랑비에 내 손은 젖고 내 맘도 벌써 다 젖었답니다 * 봄비 2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 김용택* 2010.02.10
한 잎 - 김용택 * 한 잎 - 김용택 잎을 내리며, 온몸이 출렁거리는 봄이 오겠지 한 잎 몸을 숨기고 가만히 강물을 내려다보다가 새끼손가락 끝으로 너는 너를 가만히 건드려본다 네가 일으킨 몇겹 물결은 저 건너 강기슭에 닿아 사라지고 네 모습은 네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너를 본다 너는 너를 보느냐 .. 김용택* 2010.02.10
봄ㅡ생ㅡ발산ㅡ나비 - 김용택 * 봄ㅡ생ㅡ발산ㅡ나비 - 김용택 봄바람이 살랑대는구나 바람과 햇살, 햇살은 네 몸에서 부서져 튀는 물방울처럼 허공에 찬란한 우화(羽化)로다 너는 피어 희고 내 눈끝은 지진 듯 탄다 나비, 너는 날개처럼 찬란하고, 눈부시다. 그리고 한세월 눈멀고, 나비로다 어쨌거나 꽃은 매화로구나 .. 김용택* 201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