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꽃잎 - 도종환 * 저무는 꽃잎 - 도종환 가장 화려하게 피었을 때 그리하여 이제는 저무는 일만 남았을 때 추하지 않게 지는 일을 준비하는 꽃은 오히려 고요하다 화려한 빛깔과 향기를 다만 며칠이라도 더 붙들어두기 위해 조바심이 나서 머리채를 흔드는 꽃들도 많지만 아름다움 조금씩 저무는 날들이 .. 도종환* 2009.04.13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 도종환* 2009.04.13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좋아하는 詩 2009.04.10
강그라 가르추 - 정끝별 * 강그라 가르추 - 정끝별 한밤을 가자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흰밤을 맨발로 달려가자 모든 죄를 싣고 검은 야크의 눈에 서른 개의 달을 싣고 강그라 가르추를 가자 가다 갇히면 덧창문 안으로 강된장 끓이며 몇 날 며칠 오랜 슬픔에 씨앗만 해진 두 입술로 뭉쳐진 밥알을 나누며 숨죽이.. 좋아하는 詩 2009.04.10
도화 아래 잠들다 - 김선우 * 도화 아래 잠들다 - 김선우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色)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온당한가 이 봄에도 이 별엔 분분한 포화, 바람에 실려 .. 좋아하는 詩 2009.04.10
꽃소식 - 도종환 * 꽃소식 - 도종환 날이 풀리면 한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 도종환* 2009.04.10
춘분지나 - 정끝별 * 춘분지나 - 정끝별 고삐 풀린 망아지가 달려간다 너도 달려간다 봄이라잖니! 나를 빠져나와 달려가는 바보야, 바다를 빠져나온 강이 처음 바다로 달려가잖니, 새도 처음 둥지로 달려가잖니! 박차고 달려가기만 하는 철부지야, 아침 해는 하루도 빠짐없이 잠망 경처럼 불쑥불쑥 되돌아오.. 좋아하는 詩 2009.04.10
세상의 등뼈 - 정끝별 * 세상의 등뼈 -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 좋아하는 詩 2009.04.10
김용택 시 모음 * 봄 - 김용택 바람 없는 날 저문 산머리에서 산그늘 속을 날아오는 꽃잎을 보았네 희고 고운 몸짓으로 물에 닿으며 물 깊이 눈감는 사랑을 보았네 아아, 나는 인자 눈감고도 가는 환한 물이네 * * 이 바쁜 때 웬 설사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 .. 시인 詩 모음 2009.04.10
봄이 그냥 지나요 - 김용택 * 봄이 그냥 지나요 - 김용택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 피어날 거예요 생각해 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보면 쓸쓸하고 달보고 외.. 김용택*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