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꽃 - 이정록 * 봄바람 - 이정록 식은 재 한 삼태기, 불 아궁이를 지나왔나요. 오늘은 호박 심는 날 봄바람이 따뜻하네요. 똥 웅덩이에 코를 대보고 거름 웅덩이에 손을 넣어보네요. 호박 모종 심을 웅덩이는 알맞는 깊이와 넓이 인지 물은 충분히 스몄는지 실눈 뜨고 살펴본 봄바람이 내 귓볼에 대고 속.. 좋아하는 詩 2018.04.06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 좋아하는 詩 2017.08.17
흰 별 - 이정록 * 흰 별 - 이정록 볍씨 한 톨 매만지다가 앞니 내밀어 껍질을 벗긴다 쌀 한 톨에도, 오돌토돌 솟구쳐 오른 산줄기가 있고 까끄라기 쪽으로 흘러간 강물이 있다 쌀이라는 흰 별이 산맥과 계곡을 갖기 전 뜨물, 그 혼돈의 나날 무성했던 천둥 번개며 개구리 소리들 문득 내 머리 속에 논배미.. 좋아하는 詩 2013.10.04
행복 - 이정록 * 행복 - 이정록 편지봉투의 소원은 입에 풀칠 한 번 해보는 것이다 사나흘 쫄쫄 굶을 글자들아 숨 멈추지 마라, 풀칠하는 순간 까치복어처럼 큰 숨 들이마시는 것이다 한 그릇의 공깃밥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는 풀 마른 그 입술마저 뜯겨버리는 것이다 그대 눈빛과 맞닥뜨리는 것.. 좋아하는 詩 2013.08.19
아버지학교 - 이정록 * 왜가리 -아버지학교 7 - 이정록 저수지 비탈 둑에서 뛰어다니던 왜가리 때문에 엄청 웃은 적 있지? 메뚜기 잡아다 새끼 주랴 제 헛헛한 허구리 채우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술 취한 막춤을 보며 박장대소했지. 부리나케 일어나서는, 밀친 놈 없나? 비웃는 놈 없나? 두리번거리던 꼬락서니.. 좋아하는 詩 2013.06.17
시 -어머니학교10 - 이정록 * 시 -어머니학교10 - 이정록 시란 거 말이다 내가 볼 때, 그거 업은 애기 삼 년 찾기다. 업은 애기를 왜 삼 년이나 찾는지 아냐? 세 살은 돼야 엄마를 똑바로 찾거든. 농사도 삼 년은 부쳐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며 이 빠진 옥수수 잠꼬대 소리가 들리지. 시 깜냥이 어깨너머에 납작하니 .. 좋아하는 詩 2013.01.20
지금 저 앞산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뒤집어지는 이유는 - 이정록 * 지금 저 앞산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뒤집어지는 이유는 - 이정록 갓 깨어난 새들과 시소 놀이 해봤냐고 어린 나뭇가지들이 우쭐거리기 때문이다 잠든 새들 깨우지 않으려 이 악문 채 새벽바람 맞아본 적 있냐고 젊은것들이 어깨를 으쓱거리기 때문이다 겨울잠 자는 것들과 술래잡기하지.. 좋아하는 詩 2011.04.29
엄니의 화법 - 이정록 * 엄니의 화법 - 이정록 추석 맞아 장발에 파마하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너는 농사도 안 짓는 애가 왜 검불은 이고 댕기냐? 하신다 글도 안되고 이러저러 마음 시려서 몇달 만에 머리 깎고 다시 찾았더니 나라 경제가 어렵다 하드만, 그새 농사채 다 팔아먹었냐? 하신다 넉 달 전 말씀 어찌 .. 좋아하는 詩 2010.09.10
제비꽃 여인숙 - 이정록 * 제비꽃 여인숙 - 이정록 요구르트 빈 병에 작은 풀꽃을 심으려고 밭두둑에 나가 제비꽃 옆에 앉았다 나잇살이나 먹었는지 꽃대도 제법이고, 뿌리도 여러 가닥이다 그런데 아니, 뿌리 사이에 굼벵이 한 마리 모로 누워 있다 아기부처님처럼 주무시고 있다 한 송이는 하늘 쪽으로 한 송이.. 좋아하는 詩 2009.07.30
매미 - 유응교 * 매미 - 유응교 사람들은 매미가 운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우는 게 아니다 오직 사랑을 위하여 생명이 다 할 때까지 노래할 뿐이다 7년 동안 기다려온 그 사랑을 위하여 울어야할 이유는 없다 아름답게 치열하게 노래할 뿐 그대라면 저토록 처절하게 울겠는가? 아니 하나의 사랑을 위하여.. 좋아하는 詩 200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