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시 모음 * 봄과 나비 - 오규원 나비 한 마리 급하게 내려와 뜰의 돌 하나를 껴안았습니다 * * 나비 - 신용목 건넛집 마당에 자란 감나무 그림자가 골목 가득 촘촘히 거미줄을 치고 있다 허공에 저 검은 실을 뽑은 이는 달빛인데 겨울밤 낙엽 우는 외진 뒷길에 누구를 매달려는 숨죽인 고요 기다림인.. 시인 詩 모음 2015.08.10
석류(石榴) 시 모음 * 석류 - 이윤학 올해도 열리지 않은 석류를 상상했지요 아주 오래전에 심은 것 같으나 몇 년 지나지 않은 석류나무 주위를 맴돌았지요 어느 해 봄날에 그대와 내가 심어놓은 석류나무 꽃 필 무렵엔 오지 못하고 열매 익을 무렵에 찾아와 주위를 맴돌았지요 콩새가 지저귀던 석류나무가지.. 시인 詩 모음 2015.08.03
문태준 시 모음 3 *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 문태준 노랗게 잘 익은 오렌지가 떨어져 있네 붉고 새콤한 자두가 떨어져 있네 자줏빛 아이리스 꽃이 활짝 피어 있네 나는 곤충으로 변해 설탕을 탐하고 싶네 누가 이걸 발견하랴,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태양이 몸을 굽힌, 미지근한 어스름도 때마침 좋네 누가 .. 시인 詩 모음 2015.07.23
비 시 모음 * 비 - 백석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었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 * 비 - 천양희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군에겐가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 * .. 시인 詩 모음 2015.07.12
결혼식 축시 모음 * 결혼 - 나태주 외로운 별 하나가 역시 외로운 별 하나와 만났다. 세상에 빛나는 별 두 개가 생겼다. 언제나 춥고 쓸쓸한 여자, 사내 옆에 서서 오늘은 따뜻해 보인다. * 수대동시(手帶洞詩) - 서정주 흰 무명옷 갈아입고 난 마음 싸늘한 돌담에 기대어 서면 사뭇 쑥스러워지는 생각, 高句麗.. 시인 詩 모음 2015.06.22
수선화 시 모음 * 수선화 - 이병기 풍지(風紙)에 바람 일고 구들은 얼음이다 조그만 책상(冊床) 하나 무릎 앞에 놓아두고 그 우엔 한두 숭어리 피어나는 수선화(水仙花) 투술한 전복 껍질 발달아 등에 대고 따뜻한 볕을 지고 누워 있는 해형수선(蟹形水仙) 서리고 잠들던 잎도 굽이굽이 펴이네 등(燈)에 비.. 시인 詩 모음 2015.04.03
봄 시 모음 5 * 봄날 - 오세영 사립문 열어 둔 채 주인은 어디 갔나 산기슭 외딴 마을 텅 빈 오두막집 널어 논 흰 빨래들만 봄 햇살을 즐긴다. 추위 물러가자 주인은 마실 가고 한 그루 벚나무만 덩그러니 꽃 폈는데 뒷산의 뻐꾹새 울음 마당 가득 쌓인다. * * 봄산 - 조동화 이 크고 아득한 누리 누가 무슨.. 시인 詩 모음 2015.03.04
은행나무 - 곽재구 * 은행나무 -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시인 詩 모음 2015.03.04
이사 시 모음 * 이사 - 신현정 나 이사를 많이 하였다 이제 한 번 더 집을 이사해야 할 일이 남았다며는 달팽이집으로 가려고 한다 달팽이집에 기거하면서 더듬이를 앞장 세워 깃발들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길가에 나무들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초록을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분홍을 느릿느릿 지.. 시인 詩 모음 2014.09.25
선암사 시 모음 *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 시인 詩 모음 201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