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시 모음 * 인연 - 정채봉 나는 없어져도 좋다 너는 행복하여라 없어진 것도 아닌 행복한 것도 아닌 너와 나는 다시 약속한다 나는 없어져도 좋다 너는 행복하여라 * * 인연 - 장석남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봤더라 오 그래, 네 젖은 눈 속 저 멀리 언덕도 넘어서 달빛들이 조심조심 하관(下棺)하듯 손.. 시인 詩 모음 2013.07.30
정지용 시 모음 *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 老主人의 腸壁에 無時로 忍冬 삼긴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여 붉고, 구석에 그늘 지여 무가 순돋아 파릇 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風雪소리에 잠착 하다. 山中에 冊曆도 없이 三冬이 하이얗다. * * 정지용 전집 1 시 - 민음사 2013.. 시인 詩 모음 2013.07.22
사투리 시 모음 4 *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 - 이재무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 소문난 악동들 따라 나도 소쿠리에 된장주머니 달아놓고 저수지 가생이에 담가놓는다 미역 즐기다 해거름 출출해지면 소쿠리 건져 올린다 된장주머니 둘레에 새까맣게 민물새우떼가 매달려 있다 그걸 담은 주전자가 .. 시인 詩 모음 2013.07.18
해바라기 시 모음 * 해바라기 - 김광섭 바람결보다 더 부드러운 은빛 날리는 가을 하늘 현란한 광채가 흘러 양양한 대기에 바다의 무늬가 인다 한 마음에 담을 수 없는 천지의 감동 속에 찬연히 피어난 백일의 환상을 따라 달음치는 하루의 분방한 정념에 헌신된 모습 생의 근원을 향한 아폴로의 호탕한 눈.. 시인 詩 모음 2013.07.17
배롱나무 시 모음 2 * 그게 배롱나무인 줄 몰랐다 - 김태형 오래된 창문 밖에 마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팔뚝만한 누런 가지 사이로 아침마다 마당을 쓸던 늙은 아저씨 말갛게 젖은 겨드랑내가 났다 날이 풀려도 저 나무는 꿈쩍도 않은 채 제 껍질만 벗고 있었다 구렁이가 혹 겁도 없이 하늘로 오르려 했을.. 시인 詩 모음 2013.07.17
송기원 시 모음 * 꽃이 필 때 - 송기원 지나온 어느 순간인들 꽃이 아닌 적이 있으랴. 어리석도다 내 눈이여. 삶의 굽이굽이 오지게 흐드러진 꽃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으니. * * 찔레꽃 처음부터 어려운 길인 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대를 잊는 일이 하도 깊어서 어질머리 흔들리는 봄날 저녁.. 시인 詩 모음 2013.05.28
봄 시 모음 4 * 봄 - 곽재구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 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 시인 詩 모음 2013.03.21
오장환 시 모음 * The Last Train - 오장환 저무는 역두(驛頭)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시인 詩 모음 2013.02.20
제주 시 모음 * 연북정(戀北亭) - 정호승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다 여기로 오라 내 책상다리를 하고 꼿꼿이 허리를 펴고 앉아 가끔은 소맷자락 긴 손을 이마에 대고 하마 그대 오시는가 북녘 하늘 바다만 바라보나니 오늘은 새벽부터 야윈 통통배 한 척 지나가노라 새벽별 한두점 떨어지면서 슬쩍슬.. 시인 詩 모음 2013.01.31
아내 시 모음 * 아내 - 나태주 새각시 새각시 때 당신에게서는 이름 모를 풀꽃 향기가 번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도 모르게 눈을 감곤 했지요 그건 아직도 그렇습니다. * * 아내 - 박제영 다림질 하던 아내가 이야기 하나 해주겠단다 부부가 있었어. 아내가 사고로 눈이 멀었는데, 남편이 그.. 시인 詩 모음 201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