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시 모음 *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 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 * 徐芝月이의 紅枾 大邱의 詩人 徐芝月이가 "자셔보이소" 하며 저희집에서 딴 홍시들을 가져왔기에 보니 거기엔 山까치가 그 부리로 쪼아먹은 흔적이 있는 것도 보여서 나는 .. 시인 詩 모음 2015.10.15
김사인 시 모음 2 * 달팽이 - 김사인 귓속이 늘 궁금했다. 그 속에는 달팽이가 하나씩 산다고 들었다. 바깥 기척에 허기진 그가 저 쓸쓸한 길을 냈을 것이다. 길 끝에 입을 대고 근근이 당도하는 소리 몇낱으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달팽이가 아니라 도적굴로 붙들려간 옛적 누이거나 평생 앞 못 보던 외조부.. 시인 詩 모음 2015.10.14
시(詩) 시 모음 * 詩 - 이시영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 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 * 시를 찾아서 - 이시영 벼랑에서 한발 성큼 내딛다가 하늘 허공에 아스라이 걸.. 시인 詩 모음 2015.10.05
보름달 시 모음 * 보름달 - 정호승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 보름달 - 이종문 밤마다 밤마다 잠도 못 잤는데 어쩌면 포동포동 살이 쪘을까 날마다 날마다 햇볕도 못 쬈는.. 시인 詩 모음 2015.09.25
고향 시 모음 * 고향 - 고은 이미 우리에게는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다 자란 곳이 고향이 아니다 산과 들 달려오는 우리 역사가 고향이다 그리하여 바람찬 날 우리가 쓰러질 곳 그곳이 고향이다 우리여 우리여 모두 다 그 고향으로 가자 어머니가 기다린다 어머니의 역사가 기다린다 그 고향으로 가.. 시인 詩 모음 2015.09.21
한 줄의 시를 읽다 - 하이쿠(俳句) 시 모음 2 * 바쇼(芭蕉) -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命二つの中に生きたる?哉) -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는 눈물 -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 -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 첫눈 내리네/ 수선.. 시인 詩 모음 2015.09.14
가을 시 모음 5 * 가을이 왔다 - 오규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 시인 詩 모음 2015.09.01
짧은 시 모음 5 * 꿈 - 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 * 방(榜) - 함성호 천불 천답 세우기 내 詩쓰기는 그런 것이다. * 우주를 건너는 법 - 박찬일 달팽이와 함께! 달팽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도달할 뿐이다 * 눈물 - 정희.. 시인 詩 모음 2015.08.26
소금 시 모음 * 소금 -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 시인 詩 모음 2015.08.24
조동화 시 모음 *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시인 詩 모음 201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