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하루 - 롱펠로 * 4월의 하루 - 롱펠로 씨 뿌리고 거두어들이게 하는 따스한 태양이 다시 돌아와 고요한 숲을 찾으며 들판에 맨 먼저 피는 꽃을 바라보는 즐거움. 숲 사이 빈터에도 가득 찬 밝은 햇살 이제는 폭풍우 몰고 올 검고 짙은 구름도 없는 나는 이 시절을 좋아한다. 눈 녹아 부스러진 흙으로부터 .. 좋아하는 詩 2016.04.01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 이병률 *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 이병률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오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에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 좋아하는 詩 2016.02.19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 황동규 * 눈 - 황동규 오 눈이로군 그리고 가만히 다닌 길이로군 입김 뒤에 희고 고요한 아침 잠간 잠간의 고요한 부재 오 눈이로군. 어떤 돌아옴의 언저리 어떤 낮은 하늘의 빛 언저리와 빛을 가진 죽음이 되기 위하여 나는 꿈꾼다, 꿈꾼다, 눈빛 가까이 한 가리운 얼굴을 한 차고 밝은 보행을. * *.. 좋아하는 詩 2015.12.18
오래된 물음 - 김광규 * 오래된 물음 - 김광규 누가 그것을 모르랴 시간이 흐르면 꽃은 시들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짐승처럼 늙어서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사라진다 그래도 살아갈수록 변함없는 세상은 오래된 물음으로 우리의 졸음을 깨우는구나 보아라 새롭고 놀랍고 아름답지 않으.. 좋아하는 詩 2015.11.02
각시붓꽃 - 문효치 * 각시붓꽃 - 문효치 불면의 밤 뼛속으로는 뜨신 달이 들어오고 여기 체액을 섞어 허공에 환장할 그림을 그리는 것 유난히 암내도 많은 남의 각시 * * 땅 끝에서 이 힘을 어찌할거나 하늘가, 아무리 솟구쳐 뛰어도 식지 않는 사랑 땅 끝에 이르러 그리움이 되는데 세월 건너 아스라이 가버.. 좋아하는 詩 2015.10.25
오리는 순간을 기다린다 - 허만하 * 오리는 순간을 기다린다 - 허만하 청둥오리는 연푸른 수면 위에 목안처럼 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수면 밑에서 쉴 새 없이 물을 젓고 있다. 쌀쌀한 바람에 묻어 있는 연두색 미나리 냄새를 가려내는 내 시린 코끝처럼, 귤빛 오리발은 시시각각 변하는 물의 온도를 재고 있다. 시베리아 고.. 좋아하는 詩 2015.10.20
국화 - 황금찬 * 국화 - 황금찬 어느 친구가 황국 한 분을 내게 보냈다. 노란 국화꽃 송이는 하늘의 별같이 빛나고 있다. 나는 그 꽃을 창앞에 두고 아침 저녁으로 향기를 맡고 입김을 보냈다. 국화의 향기는 짙어 작은 방울 물결처럼 출렁인다. 지금 내가 이 국화의 향기만한 보람을 남기고 있을까 나는 .. 좋아하는 詩 2015.10.05
달려라 도둑 - 이상국 * 달려라 도둑 - 이상국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털려다가 퉁기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이웃들은 골목에 모였다. - 글쎄 서울 작은 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술 마시며 고스톱을 치는데 거길 어디라고 들어오냔 .. 좋아하는 詩 2015.09.24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에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 좋아하는 詩 2015.09.24
연둣빛 발걸음 - 맹문재 * 연둣빛 발걸음 - 맹문재 어머니가 사주신 양말 속으로 발을 쑥 밀어넣는다 양말 속의 발가락들이 서로 기대고 히히덕거리며 야단들이다 목욕탕에서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처럼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좋아라 한다 꼼지락거리는 발가락들을 다독거리며 출근을 한다 발가락들이 기대하는 .. 좋아하는 詩 201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