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비가 와요 - 신달자 * 여보! 비가 와요 -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 좋아하는 詩 2017.09.19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 박남준 *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 박남준 뭉게구름이 세상의 기억들을 그렸다 뭉갠다 아직껏 짝을 찾지 못한 것이냐 애매미의 구애는 한낮을 넘기고도 그칠 줄 모르네 긴 꼬리 제비나비 노랑상사화 꽃술을 더듬는다 휘청~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 잠자리들 전깃줄에 나란하다 이제 .. 좋아하는 詩 2017.09.11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 송진권 *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 송진권 아직 발굽도 여물지 않은 어린 것들이 소란스레 함석지붕에서 놀다가 마당까지 내려와 잘박찰박 논다 징도 박을 수 없는 무른 발들이 물거품을 만들었다가 톡톡 터뜨리다 히히히힝 웃다가 아주까리 이파리에 매달려 또록또록 눈알을 굴리며 논다 .. 좋아하는 詩 2017.09.07
어제 - 천양희 * 어제 - 천양희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 좋아하는 詩 2017.09.06
짧은 시 모음 6 * 한송이 꽃 - 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 * 아침이 오다 - 이시영 방금 참새가 앉았다 날아간 목련나무 가지가 바르르 떨린다 잠시 후 닿아본 적 없는 우주의 따스한 빛이 거기에 머문다 * * 부녀 - 김주대 아르바이트 끝나고 새.. 시인 詩 모음 2017.09.06
옛일 - 박성우 * 옛일 - 박성우 한때 나는, 내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 * 박성우시집[자두나무 정류.. 좋아하는 詩 2017.09.05
세월 시 모음 *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 시인 詩 모음 2017.09.01
추풍(秋風) - 서거정(徐居正) * 추풍(秋風) - 서거정(徐居正) 茅齋連竹逕 - 모재련죽경 秋日艶晴暉 - 추일염청휘 果熟擎枝重 - 과숙경지중 瓜寒著蔓稀 - 과한저만희 游蜂飛不定 - 유봉비부정 閑鴨睡相依 - 한압수상의 頗識心身靜 - 파식심신정 棲遲願不違 - 서지원불위 띠풀 지붕의 서재는 대나무 길에 이어 있고 가을 날.. 좋아하는 漢詩 2017.09.01
처서 - 장석남 * 처서 - 정끝별 모래내 천변 오동가지에 맞댄 두 꽁무니를 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 사랑을 나누는 저녁 매미 단 하루 단 한 사람 단 한 번의 인생을 용서하며 제 노래에 제 귀가 타들어가며 벗은 옷자락을 걸어놓은 팔월도 저문 그믐 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 * * 정끝별시집[와락]-창비 * .. 좋아하는 詩 2017.08.23
폐허 이후 - 도종환 * 폐허 이후 - 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 도종환* 2017.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