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 황인숙 *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 황인숙 하얗게 텅 하얗게 텅 눈이 시리게 심장이 시리게 하얗게 텅 네 밥그릇처럼 내 머리속 텅 아, 잔인한, 돌이킬 수 없는 하양! 외로운 하양! 고통스런 하양! 불가항력의 하양을 들여다보며 미안하고, 미안하고 그립고 또 그립고 * * 송년회 칠순 여인네가.. 좋아하는 詩 2017.12.26
송년(送年) - 김규동 * 송년(送年) - 김규동 기러기 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을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불러보.. 좋아하는 詩 2017.12.22
난초 시 모음 * 난초(蘭草) - 서정주 하늘이 하도나 고요하시니 난초는 궁금해 꽃 피는 거라 * * 난초 잎 - 도종환 난초 잎은 휘어져도 품격이 있다 꽃으로 화려하려 하지 않고 잎으로 청초하게 한 생을 살다 가는데 열 잎이 꼿꼿해도 한두 잎은 휘곤 한다 그러나 휘어져도 격을 잃지 않는다 휘어져도 저.. 시인 詩 모음 2017.12.20
줄포에서 - 이상국 * 茁浦 2 - 서정주 사내 열두 살이면 피는 꽃이나 맑은 햇살이나 좋은 여자의 얼굴이 눈에 그냥 비치는 게 아니라 그 가슴에까지 울리어 오기 비롯는 나이 일본 <나가노>라는 데서 <요시무라 아야꼬>라는 서른네 살짜리 과부 여선생이 혼자서 3학년 된 우리 담임 선생으로 정해져 .. 좋아하는 詩 2017.12.08
눈물 - 이상교 * 눈물 - 이상교 학교에서 돌아온 길로 내내 놀았다. 학원도 쉰다기에 걱정없이 놀았다. 놀 것 다 놀고 텔레비전 실컷 보고 밤 열두시가 가까워 숙제를 하려는데 하품이 난다. 하품이 나더니 콧물이 난다. 콧물이 나더니 눈물이 난다. 누군가 보면 내가 숙제 하기 싫어 우는 줄 알겠다. * * .. 동시 2017.12.07
로또를 안 사는 건 나쁘다 - 최금진 * 로또를 안 사는 건 나쁘다 - 최금진 로또가 얼마나 끔찍한 악몽인지 로또방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끝자리를 분석하거나 홀수 짝수를 조합하는 일은 여느 사무직과 다르지 않다 왜 사느냐,를 왜 로또를 사느냐,로 이해해도 무관하다 이 늦은 밤에 왜 또 여기로 .. 좋아하는 詩 2017.12.05
음식 시 모음 5 * 고방(庫房) -백석 낡은 질동이에는 갈 줄 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어 있었다 오지항아리에는 삼춘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 삼춘의 임매를 내어가며 나와 사촌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도 채어먹었다 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가 예서 왕밤을 밝고 .. 시인 詩 모음 2017.12.01
12월 - 김이듬 * 사과 없어요 - 김이듬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 달라고 할까, 그러면 이 종업원이 .. 좋아하는 詩 2017.12.01
겨울 여행자 - 황학주 * 겨울 여행자 - 황학주 어느날 야윈 눈송이 날리고 그 눈송이에 밀리며 오래 걷다 눈송이마다 노란 무 싹처럼 돋은 외로움으로 주근깨 많은 별들이 생겨나 안으로 별빛 오므린 젖꼭지를 가만히 물고 있다 어둠이 그린 환한 그림 위를 걸으며 돌아보면 눈이 내려 만삭이 되는 발자국들이 .. 좋아하는 詩 2017.12.01
주전자 - 유병록 * 주전자 - 유병록 누가 내다 버렸을까 우그러지고 칠 벗겨진 달이 비를 맞는다 지붕도 처마도 없어 빗방울이 광대뼈에 그대로 꽂힌다 높이 떠올랐을 때 그 빛으로 여럿이 따뜻했겠다 달을 두고 둘러앉아 동그랗게 입술을 모으기도 했으리 기울이면 온기가 흘러나오고 기울이면 사랑이 .. 좋아하는 詩 201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