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 오태환 * 별 - 오태환 - 어느 날 나는 꿈에서 허블망원경을 쓰지 않고도 우주의 아주 먼 곳까지 구경하게 되었다 모퉁이를 따라 여우비처럼 맑게 뿌리는 별들 좀 보세요 연(蓮)뿌리가 잔뜩 드러난 진흙구렁 성운을 끼고, 좀생이별이 소금쟁이나 물장군 흰 민물새우나 되듯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쭈.. 좋아하는 詩 2018.03.08
짧은 시 모음 7 * 봄 - 나태주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 * 나태주시집[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2015 * 禪問 - 함.. 시인 詩 모음 2018.03.08
배꽃 - 곽재구 * 무화과 - 곽재구 먹감색의 작은 호수 위로 여름 햇살 싱싱하다 어릴 적엔 햇살이 나무들의 밥인 줄 알았다 수저도 없이 바람에 흔들리며 천천히 맞이하는 나무들의 식사시간이 부러웠다 엄마가 어디 가셨니? 엄마가 어디 가셨니? 별이 초롱초롱한 밤이면 그중의 한 나무가 배고픈 내게 .. 좋아하는 詩 2018.03.02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 해바라기의 碑銘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碑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 좋아하는 詩 2018.02.28
오상순 시 모음 * 첫날밤 - 오상순 어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 바닷속에서 어족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이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태초에 생명의 비밀 터지는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시인 詩 모음 2018.02.26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 - 오상순 *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 -아시아의 진리는 밤의 진리다 - 오상순 아시아는 밤이 지배한다. 그리고 밤을 다스린다. 밤은 아시아의 마음의 상징이요, 아시아는 밤의 현실이다. 아시아의 밤은 영원의 밤이다. 아시아는 밤의 수태자(受胎者)이다. 밤은 아시아의 산모요, 산파이다. 아시아는 .. 좋아하는 詩 2018.02.26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 꽃 1 - 나태주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 * 꽃 2 예쁘다는 말을 가볍게 삼켰다 안쓰럽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사랑한다는 말을 어렵게 삼켰다 섭섭하다, 안타깝다, 답답하다는 말을 또 여러 번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서 .. 시인 詩 모음 2018.02.23
그리움 시 모음 * 그리워 - 김소월 봄이 다 가기 전, 이 꽃이 다 흩기 전 그린 님 오실까구 뜨는 해 지기 전에. 엷게 흰 안개 새에 바람은 무겁거니, 밤샌 달 지는 양자, 어제와 그리 같이. 붙일 길 없는 맘세, 그린 님 언제 뵐련, 우는 새 다음 소린, 늘 함께 듣사오면. * * 김소월시집[진달래꽃]-미래사 * 그리.. 시인 詩 모음 2018.01.10
비단 안개 - 김소월 * 비단 안개 - 김소월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요,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마 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 좋아하는 詩 2018.01.08
철길 - 김정환 * 철길 -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 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 오름을 적셔 주었다. 무너져 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 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 좋아하는 詩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