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달 - 이정록 * 보석달 - 이정록 식 올린지 이 년 삼 개월 만에 결혼 패물을 판다 내 반지와 아내의 알반지 하나는 돈이 되지 않아 남기기로 한다 다행이다 이놈들마저 순금으로 장만했다면 흔적은 간데 없고 추억만으로 서글플 텐데 외출해도 이제 집 걱정 덜 되겠다며 아내는 부재와 평온을 혼돈하는 .. 좋아하는 詩 2009.04.29
이정록 시 모음 * 더딘 사랑 -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감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 * 이정록시집[의자]-문학과지성사 * 바람아래 제 얼굴로 겨눴던 부채 끝을 어린것들에게 돌리는 데까지 .. 시인 詩 모음 2009.04.29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 이정록 *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 이정록 금강산 관광기념으로 깨진 기왓장 쪼가리를 숨겨오다 북측 출입국사무소 컴퓨터 화면에 딱 걸렸다 부동자세로 심사를 기다린다 한국평화포럼이란 거창한 이름을 지고 와서 이게 뭔 꼬락서닌가 콩당콩당 분단 반세기보다도 길다 "시인이십.. 좋아하는 詩 2009.04.29
의자 - 이정록 *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 좋아하는 詩 2009.04.29
윤석산(尹錫山) 시 모음 * 묘약(妙藥) - 윤석산 꽃나무 환한 그늘 아래 잠이 들었네 온통 꿈 속 꽃잎 휘날리고 누군가 가만히 와서 흔드는 손길 나는 오래도록 깨어나고 싶지 않았네 * 그 사내 도저히 입 떼지 않아 군내는 고사하고 입 안 그득 곰팡이 슬었을 듯한 그 사내와 마주하고 선다 천 길 불길 속에서 녹고 .. 시인 詩 모음 2009.04.29
대통밥 - 이정록 * 대통밥 - 이정록 화살도 싫고 창도 싫다 마디마디 밥 한 그릇 품기까지 수 천년을 비워왔다 합죽선도 싫고 죽부인도 싫다 모든 열매들에게 물어봐라 지가 세상의 허기를 어루만지는 밥이라고 으스대리니 이제 더는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 땔감도 못되는 빈 몸뚱어리가 밥그릇이 되었다 .. 좋아하는 詩 2009.04.29
신용목 시 모음 * 갈대 등본 - 신용목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설산(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 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 시인 詩 모음 2009.04.28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서정주 *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서정주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장판지 두 장만큼 한 먹오딧빛 툇마루가 깔려 있었 습니다. 이 툇마루는 외할머니의 손때와 그네 딸들의 손때로 날이날마닥 칠해 져 온 것이라 하니 내 어머니의 처녀 때의 손때도 꽤나 많이는 묻어 있을 것 입니다마는, 그러나.. 좋아하는 詩 2009.04.23
閑中用陶潛韻 -한가롭고 넉넉함 - 최기남 * 閑中用陶潛韻 - 최기남 茅茨足庇身 - 모자족비신 井泉淸可斟 - 정천청가짐 不知鳥鳴處 - 부지조명처 時時聞好音 - 시시문호음 臥起無束縛 - 와기무속박 任眞忘冠簪 - 임진망관잠 不問門前客 - 불문문전객 宴居幽意深 - 연거유의심 * 한가롭고 넉넉함 내 몸 가리기엔 초가집 하나로도 넉넉.. 좋아하는 漢詩 2009.04.23
閒中用杜詩韻 - 최기남 * 閒中用杜詩韻 - 崔奇男 綠樹陰中黃鳥節 - 녹수음중황조절 靑山影裡白茅家 - 청산영리백모가 閒來獨步蒼苔逕 - 한래독보창태경 雨後微香動草花 - 우후미향동초화 녹색 나무 그늘 속에 꾀꼬리 우는 철 푸른 산 그림자 속에 띠집이 한 채 한가하면 이끼길을 혼자서 거니나니 비 갠 뒤의 은.. 좋아하는 漢詩 200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