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 김초혜 * 이 가을에 - 김초혜 오랫동안 불타는 단풍이 부럽다 * * 안부 강을 사이에 두고 꽃잎을 띄우네 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 이때가 꽃이 필 때라고 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 무엇이리 말하지 않은 그 말 * * 마음 화상 그대가 그림 속의 불에 손을 데었다면 나는 금세 3도 화상을 입는다 마.. 좋아하는 詩 2015.09.14
안도현 동시 모음 * 호박꽃 - 안도현 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박전 호박전을 못 먹어 * * 배꼽시계 (배) 배가 고프니? (꼬) 꼬르륵꼬르륵 (ㅂ) 밥 먹어야 할 (시) 시간이라고? (계) 계산 하나는 잘하네 * * 소나기 집으로 뛰는 아이들 아이들보다 먼저 .. 동시 2015.07.24
겨울 이야기 - 김상미 * 겨울 이야기 - 김상미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문 열고 있었다 문 밖 짧은 해거름에 주저앉아 햇빛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북향, 쓸쓸한 그 바람소리 듣고 있었다 어떤 누구와도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지 않을 때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는 창 나뭇잎 다 떨어진 그 소리 듣고 있었다 .. 좋아하는 詩 2013.12.12
유전자 트래킹 - 박후기 * 유전자 트래킹 - 박후기 걷는다 어두워지는 들판 도꼬마리가 씨앗을 건넨다 바짓가랑이에 들러붙는 것이 도꼬마리의 정착은 아닐 것이다 도꼬마리처럼 몸을 스치는 발길에 마음을 맡긴 적이 있다 식물이 누대에 걸쳐 대륙을 건너듯 내 마음도 그렇게 당신에게 건너가고 있다 그러나 불.. 좋아하는 詩 2012.09.21
내가 흘러 너에게 닿아야 한다 - 박노해 * 내가 흘러 너에게 닿아야 한다 - 박노해 뜨거웠던 날들은 흘러가고 나에게 오라 나에게 오라 피맺힌 속울음 울어도 너는 차가운 강물로 너의 길을 흘러갔다 너에게로 내가 가야만 하는가 내가 흘러 너에게 닿아야 하는가 옳기 때문에 맞는 것이 아니었다 맞기 때문에 옳은 것도 아니었.. 좋아하는 詩 2011.07.08
김지하 시 모음 * 솔잎 - 김지하 엄동에도 솔잎은 얼지 않고 나무들은 뿌리만으로 겨울을 견딘다 모두 오염되고 파괴되었어도 생명은 얼지 않고 뿌리에서 오는 힘으로 넉넉히 새봄을 준비한다 * * 김지하시집[花開]-실천문학사 * 동짓날 첫봄 잉태하는 동짓날 자시 거칠게 흩어지는 육신 속에서 샘물 소리.. 시인 詩 모음 2011.02.18
박남준 시 모음 * 먼 강물의 편지 - 박남준 여기까지 왔구나 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 옛날이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길에 눈 내리고 궂은 비 뿌리지 않았을까 한해가 저물고 이루는 황혼의 날들 내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는 .. 시인 詩 모음 2010.12.16
황새 - 박형준 * 황새 - 박형준 눈보라 치는 밤이었다 보퉁이를 손에 꼭 그러쥐고 서울역 광장 역 처마에 서서 노인 하나가 정신없이 길 건너 빌딩의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汽車)를 기다리는 것일까 자신의 침과 먼지로 번들번들 빛났을 누더기 오리발 갈퀴처럼 땅바닥을 비비며 눈보라 속에서.. 좋아하는 詩 2010.12.13
박형진 시 모음 * 입춘단상 - 박형진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 추녀 물을 세어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 봄이 잦아들었다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마음산책 * 사랑 풀여치.. 시인 詩 모음 2010.10.20
장만영 시 모음 * 달, 포도, 잎사귀 -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 바다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 시인 詩 모음 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