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 - 도종환 * 다시 가을 - 도종환 구름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높은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가을은 온다 차고 맑아진 첫 새벽을 미리 보내놓고 가을은 온다 코스모스 여린 얼굴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갸웃이 고개를 들면서 가을은 온다 오래 못 만난 이들이 문득 그리워지면서 .. 도종환* 2008.09.24
갈대 - 신경림 *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좋아하는 詩 2008.09.24
추일(秋日) -가을날 - 서거정 * 春日 - 徐居正 金入垂楊玉謝梅 - 금압수양옥사매 小池春水碧於苔 - 소지춘수벽어태 春愁春興誰深淺 - 춘수춘흥수심천 燕子不來花未開 - 연자불래화미개 * 봄날 금빛 수양버들 옥보다 고운 매화 연못의 봄물은 이끼보다 파랗구나 봄날의 시름과 흥겨움 어느 것이 깊고 얕을까 제비 오지 .. 좋아하는 漢詩 2008.09.23
그랬다지요 - 김용택 * 그랬다지요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 김용택 시집 [그 여자네 집]-창비 김용택* 2008.09.23
글자 없는 책 - 법정 * 글자 없는 책 책을 대할 때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신을 읽는 일로 이어져야 하고 잠든 영혼을 일깨워 보다 가치 있는 삶으로 눈을 떠야 한다 그때 비로소 펼쳐 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는 그런 책까지도 읽을 수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말하는 것.. 법정 스님 2008.09.23
田家 -시골 풍경 - 박지원 * 田家 - 朴趾源[조선] 翁老守雀坐南陂 - 옹노수작좌남피 粟拖拘尾黃雀垂 - 속타구미황작수 長男中男皆出田 - 장남중남개출전 田家盡日晝掩扉 - 전가진일주엄비 焉蹴鷄兒攫不得 - 언축계아확부득 群鷄亂啼匏花籬 - 군계난제포화리 小婦戴棬疑渡溪 - 소부대권의도계 赤子黃犬相追隨 - .. 좋아하는 漢詩 2008.09.22
다시 꿈꿀 수 있다면 - 박라연 * 다시 꿈꿀 수 있다면 - 박라연 다시 꿈꿀 수 있다면 개미 한 마리의 손톱으로 사천오백 날쯤 살아낸 백송, 뚫고 들어가 살아보는 일 나무 속에 살면서 제 몸의 일부를 썩히는 일 제 혼의 일부를 베어내는 순간을 닮아보는 일 향기가 악취 되는 순간을 껴안는 일 다시 꿈꿀 수 있다면 제것.. 좋아하는 詩 2008.09.20
[스크랩]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아주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 좋아하는 詩 2008.09.19
석죽화(石竹花) -패랭이꽃 - 정습명 * 石竹花 - 鄭襲明[고려] 世愛牧丹紅 - 세애목단홍 裁培滿院中 - 재배만원중 誰知荒草野 - 수지황초야 亦有好花叢 - 역유호화총 色透村塘月 - 색투촌당월 香傳瓏樹風 - 향전롱수풍 地偏公子少 - 지편공자소 嬌態屬田翁 - 교태속전옹 사람들은 모란의 붉은색을 좋아해서 뜰 안 가득 심어서 .. 좋아하는 漢詩 2008.09.19
농무 - 신경림 * 농무(農舞) -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 좋아하는 詩 2008.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