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 모음 * 강물 -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 시인 詩 모음 2009.04.03
신석정 시 모음 * 山水圖 - 신석정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 나무 사이사이 강물이 희여.....// 햇볕 어린 가지 끝에 산새 쉬고 흰 구름 한가히 하늘을 거닌다.// 산가마귀 소리 골짝에 잦은데 등너머 바람이 넘어 닥쳐와....// 굽어든 숲길을 돌아서 돌아서 시냇물 여음이 옥인 듯 맑아라.// 푸른 산 푸른 산이 .. 시인 詩 모음 2009.04.02
박목월 시 모음 * 산이 날 에워싸고 -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山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 시인 詩 모음 2009.04.02
이육사 시 모음 *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 시인 詩 모음 2009.04.02
이생진 시 모음 *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 시인 詩 모음 2009.04.01
백석 시 모음 * 노루 - 백석 산(山)골에서는 집터를 츠고 달궤를 닦고 보름달 아래서 노루고기를 먹었다 * * 산(山)비 山뽕잎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 * 청시(靑枾) 별 많은 밤 하누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즞는다 .. 시인 詩 모음 2009.03.31
조지훈 시 모음 * 도라지꽃 - 조지훈 기다림에 야윈 얼굴 물 위에 비초이며 가녀린 매무새 홀로 돌아앉다. 못 견디게 향기로운 바람결에도 입 다물고 웃지 않는 도라지꽃아. * * 백접(白蝶) 한 노래 볕섬겨 꽃피는밤 작은葬送譜 가슴가을되고 기쁜노래숨진뒤 조촐히사라진白蝶 너는갔구나잊히지않는 하이.. 시인 詩 모음 2009.03.30
봄날은 간다 시 모음 * 봄날은 간다 - 정일근 벗꽃이 진다, 휘날리는 벚꽃 아래서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더라,* 그런 늙은 유행가가 흥얼거려진다는 것, 내 생(生)도 잔치의 파장처럼 시들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늘어진 벚나무 가지 사이로 경축 제40회 진해 군항제 현수막이 보인다 40년이라, 내 몸도 그 세월을.. 시인 詩 모음 2009.03.24
옛 시조 모음 * 정철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데 물어 보자 막대로 흰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메라 *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 남남으로 생긴 중에 벗같이 믿음을 .. 시인 詩 모음 2009.03.16
최승자 시 모음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 시인 詩 모음 2009.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