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 모음 * 가을 -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 묵상 삼백 년 묵은 느티나무에서 하루가 맑았다고 까치가 운다 잡것 * 詩 아무리 하찮게 산 사람의 生과 견주어보아도 詩는 삶의 蛇足에 불과하네 허나, 뱀의 발로 사람의 마음을 그리니 詩는 사족인 만큼 아름답네 * 뻘 말랑말랑.. 시인 詩 모음 2009.05.18
안도현 시 모음 *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 호박꽃 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박전 호박전을 못 먹어 * 감자꽃 흰 꽃잎이 작다고 톡 쏘는 향기가 없다고 얕보지는 .. 시인 詩 모음 2009.05.15
조병화 시 모음 * 오산 인터체인지 - 조병화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燈)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초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들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시인 詩 모음 2009.05.14
문태준 시 모음 2 * 매화나무의 해산(解産) - 문태준 늙수그레한 매화나무 한 그루 배꽃 같은 꽃 피어 나무가 환하다 늙고 고집 센 임부의 해산 같다 나무의 자궁은 늙어 쭈그렁한데 깊은 골에서 골물이 나와 꽃이 나와 꽃에서 갓난 아가 살갗 냄새가 난다 젖이 불은 매화나무가 넋을 놓고 앉아 있다 * 배꽃 .. 시인 詩 모음 2009.05.13
문태준 시 모음 *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 문태준 고샅을 돌아 부푼 달 아래 걷는데 거뭇거뭇한 논배미에서 한 뭉테기로 와글 귀를 촘촘하게 열었더니 논개구리들이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이 봄밤에 방랑악사들이 대고를 두드리는데 참 멋진 춘화 한장입니다 온 우주가 잔뜩 바.. 시인 詩 모음 2009.05.13
도종환 시 모음 * 어떤 마을 - 도종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 시인 詩 모음 2009.05.12
정일근 시 모음 * 쪽빛 - 정일근 하늘이 바다를 만날 때 바다가 먼저 물드는 색깔 바다가 사람을 만날 때 사람이 먼저 물드는 색깔 사람이 사랑을 만날 때 사랑이 먼저 물드는 색깔 * 어머니의 수틀 달빛을 길어 오고 강물 또한 놓아 보낸 어머니의 수틀 속에 한 세상이 넉넉하다 조용히 귀 기울이면 바람.. 시인 詩 모음 2009.05.11
윤보영 시 모음 * 편지 - 윤보영 산마루에 올라서니 바람이 떠나려고 합니다 서둘러 그대에게 보낼 편지 한통 적었습니다 산에서도 그대를 그리워 한다고 * 비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 찾아 나섭니다 그립다 못해 내 마음에도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 책갈피 책갈피 하나 샀습니다 오늘 꺼내 .. 시인 詩 모음 2009.05.08
곽재구 시 모음 *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 시인 詩 모음 2009.05.08
박재삼 시 모음 * 아름다운 천 - 박재삼 나는 그대에게 가슴 뿌듯하게 사랑을 못 쏟고 그저 심약한, 부끄러운 먼 빛으로만 그리워하는 그 짓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죽을 때까지 가리라고 봅니다 그런 엉터리 사랑이 어디 있느냐고 남들은 웃겠지만 나는 그런 짝사랑을 보배로이 가졌기 때문에 아.. 시인 詩 모음 2009.05.05